꽃구경해보겠다고, 애오라지 봄기운 한번 느껴보겠다고 차로 5시간, 또 배로 1시간 가까이 달려 섬에 들어갔다. 한반도 남쪽 끝 전남 완도에서도 먼바다에 홀로 떠 있는 청산도. 산, 바다, 하늘이 모두 푸르러 ‘청산(靑山)’이라 불리는 외딴 섬이다. 섬에서의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유채와 청보리가 춤추는 시골길을 하염없이 거닐다가, 부둣가 식당에 들러 한가득 전복이 쌓인 비빔밥을 먹고, 해변에 누워 뜨고 지는 해를 멍하고 바라봤다. 봄기운이 온몸으로 스며들었다
청산도는 자잘한 오르막이 많은 섬이다. 섬의 삶은 예부터 녹록지 않았다. 손바닥만한 밭뙈기라도 하나 일구려면 어떻게든 비탈을 다지고 돌담을 세워야 했다. 그 땅에서 이제는 계절마다 릴레이 하듯 꽃이 피고 농작물이 자란다. 삶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풍경화나 다름없다. 2007년 청산도가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된 배경이다.
청산도의 풍경을 가장 완전하게 하는 계절이 요즘 같은 봄이다. 노란 유채꽃과 초록의 청보리가 파란 바다와 절묘하게 대비를 이루는 시기여서다. 특히 유채꽃은 봄날 섬 전역을 노란 물결로 점령하다시피 한다. 항구 인근의 도락리와 당리 마을을 비롯해 16만㎡(약 4만8000평)가 유채로 덮여 있다.
코로나 역풍은 저 먼 청산도에도 닿았다. 유채꽃 만발한 봄 성수기면 주말 하루 5000명 가까운 관광객이 들곤 했지만, 지난 2년간은 사람 구경조차 쉽지 않았단다. 올봄은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 방역지침 완화 분위기를 타고 섬이 다시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슬로걷기축제(4월9일~5월8일)’도 3년 만에 재개했다
청산도에 관한 가장 선명한 기억은 임권택 감독의 1993년 영화 ‘서편제’다. 한국영화 사상 가장 아름다운 롱테이크로 꼽히는 장면을 바로 청산도 당리 마을의 고갯길에서 찍었더랬다. 보리밭 돌담길을 따라 걸어오는 아버지와 오누이가 진도아리랑 가락에 맞춰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대목이다.
청산도는 무엇보다 ‘길’이다. 정겨운 돌담길, 바다를 내려다보는 해안길, 유채밭 사이로 난 시골길이 굽이굽이 아무렇거나 휘어지고 또 뻗어 있다. 청산도가 걷기여행자나 자전거 라이더 사이에서 최고의 여행지로 꼽히는 이유다.
섬의 느긋한 분위기를 닮은 ‘슬로길(11개 코스, 약 42㎞)’이란 이름의 걷기여행 길이 섬을 크게 감싸고 돈다. 관광객 대부분이 ‘서편제’에 등장한 고갯길 주변에서만 머물다 돌아가는데, 그 너머에도 걸출한 이야기와 풍경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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