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무념무상의 세계로 초대하는 ‘멍때리기’가 화제다. 침대 없는 침대 광고로 유튜브 조회수 2000만을 기록한 시몬스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Oddly Satisfying Video·묘하게 만족스러운 영상)’가 대표 사례. 반복되는 볼 스윙이나 번갈아 뿜어져 나오는 스프링클러를 보고 있으면 심신이 안정되는 기분이다. 화창한 봄, 방구석 영상 플레이를 멈추고 직접 방문해 멍때리기 좋은 ‘묘하게 만족스러운 장소’ 4곳을 소개합니다.
1. 멍 때리기의 정석 ‘불멍’
“장작불에 간단한 음식을 구워 먹을 수도 있대. 마시멜로를 굽다 멍때리면 다 녹아내릴 수 있으니 주의!”
도심에서도 ‘불멍’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지난해 4월 전면 리모델링을 마친 난지캠핑장 캠프파이어존. 서울 마포구에 위치해 뚜벅이도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 수 있다. 캠핑장에서 숙박을 하지 않고 캠프파이어만 따로 신청할 수 있어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장점. 지갑 사정이 빠듯한 20·30세대도 이곳에서라면 캠프파이어를 즐길 만하다. 난지캠핑장 안전관리팀 관계자는 “지친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주는 공간이라고 입소문이 나 최근엔 혼자 오는 사람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근처 매점에서 장작과 그릴 등 캠프파이어에 필요한 물품을 판매하니 두 손 가볍게 털레털레 가보자. 4월 18일부터 거리두기가 해제돼 한 구획당 최대 15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 사전 예약은 필수다. ‘서울특별시 공공서비스예약’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매달 15일 오후 2시에 시작하는 ‘불켓팅’에 성공하시길 바란다.
2. 규칙 속의 불규칙을 찾아봐, ‘물멍’
“수표교 아래 의자에 앉아 다리 위로 지나가는 차들의 덜컹거리는 소리를 들어봐.”
네모반듯한 고층 건물 숲 사이 물소리가 들린다. 이곳은 서울 중심가를 가로질러 흐르는 청계천. 서울 지하철 1·2·3·5호선이 교차하는 위치라 마음이 답답한 날엔 언제든 들를 수 있다. 물 흐르는 소리가 꽤 크게 들리는 청계천 초입 장통교 쪽에서 시작해 천변을 따라 걷다 보면 물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덩달아 마음도 차분해지는 느낌! 수표교를 지나자 한 여성이 돌다리에 앉아 있는 게 보인다. 독일에서 온 다니엘라(24) 씨다. 그는 “한국에 온 지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벌써 청계천의 매력에 푹 빠졌다”며 “퇴근 후 화이트 노이즈를 들으며 다양한 사람을 구경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불규칙한 물소리의 힘일까. 기자도 커피 한 잔 들고 수표교 아래 앉아 있다 보니 금세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3. 이게 진짜 ASMR ‘산멍’
“다산 정약용 선생이 시름을 달래던 장소, 다산초당의 천일각에 꼭 앉아봐. 내 시름도 함께 달래지는 기분.”
등산은 싫지만 산 중턱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좋아하는 이율배반적인 이를 위한 공간이 있다. 강진만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남 강진군 ‘다산초당’. 만덕산 기슭에 위치한 이곳은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 생활을 하던 장소다. 그는 이곳에서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을 썼다. 기자는 글을 쓰는 대신 다산초당에 앉아 눈을 감고 연못 물소리와 나무 이파리 스치는 소리를 들었다.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까지 느낄 수 있다면 이게 바로 공감각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나도 모르는 사이 입을 벌리고 멍때리게 된다. 산기슭 주차장에서 다산초당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 기자가 크록스 슬리퍼를 신고도 너끈히 갈 만큼 경사가 완만하다. 강진군은 최근 남도 밥상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여행 ‘핫플’. 45첩 한정식으로 부른 배를 두드리며 산책 삼아 다산초당에 올라보는 건 어떨까.
4. 신개념 멍때리기, ‘귀멍’
“스피커 바로 앞 빨간 소파가 명당. 풍성한 사운드 그리고 엉덩이가 푹 잠기는 소파와 함께라면 무한 멍때리기 가능!”
멍때리기 좋은 공간이 다 조용하다는 편견은 버리자. 달팽이관을 압도하는 풍성한 사운드에 휩싸이는 편이 업무 스위치를 끄고 무념무상의 세계로 빠지는 데 더 유리할지 모른다. 묵직한 베이스 사운드와 푹신한 소파가 있는 이곳은 서울 중구 황학동의 LP바 ‘히피히피’. 가게 문을 열기 전부터 재즈풍 음악이 귓가를 감싼다. 이곳에는 퀄리티 높은 사운드 시스템과 더불어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등 다양한 양조장의 국내 수제 맥주도 구비돼 있다. 음악과 맥주가 있는데 세상 누가 부러울까. 맥주를 가져오는 것부터 과자 꺼내 먹기까지 모든 과정이 ‘셀프’라 주위의 방해 없이 온전히 자기만의 세상에 빠질 수 있다. 보유 LP판 장르가 다양해 케이팝을 주로 듣는 기자도 충분히 즐길 만했다. 빛과 소금의 ‘샴푸의 요정’ 같은 8090 인기곡부터 힙한 외국 팝송까지 넓은 음악 스펙트럼에 몸을 맡겨보자. 듣고 싶은 곡이 있으면 메모지에 적어 사장님께 전달하면 된다. 현장에서 만난 한 20대 손님은 “베이스가 크게 울리는 스피커 쪽에 앉아 있으니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라고 했다.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색다른 ‘멍때리기’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 "제주올레길 26개 코스 완주의 꿈을 이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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